1기

우마무스메 신시대의문 감상 (스포일러 약간 있음)

김케장 2025. 1. 19. 13:03



한줄요약 : 후지 키세키 승부복이 너무 오픈되어있어서(좋았는데) 몰입이 약간 깨졌고 RTTT가 더 재밌었다.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달리는것처럼 보이지만 진짜로 달리는게 아니고 한 자리에 묶여서 도는 장치는, 아그네스 타키온이 넘고 싶어했던 한계를 넘어선 무언가로는 애초에 갈 수 없다는 점을 맨 처음부터 시사했던건가배... 다 보고나서야 아~ 그게 그런거였나?

한계라는건 육체의 한계이거나 아니면 원본마 기록을 넘을 수 없게 정해진 우마무스메의 운명 그런걸텐데
맨하탄 카페라는 캐릭터 자체가 '오컬트한 무언가는 진짜 있다' 는 사실을 카페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역할같은걸 갖고있다고 생각해서... 나는 원본마 기록의 한계를 의미하는 쪽도 있을법하지않나? 라고 생각했음

원본마 설을 떠올리고 나서 '그럼 맨하탄 카페는 왜 쫓으려는 원본마에 한참 못미치는데? 니 생각은 틀렸어'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무위키를 확인해봤는데.... 맨하탄 카페가 쫓는건 부모 말이라는 암시가 있다고 함. 
그렇다면 뭐 그런.. 오컬트도 사실상 공인설정이잖아? 그럼 역시 신체의 한계가 아니라 원본마 한계설도 가능성 있다고 믿을래

야요이상에서 한계(필름같은거)를 태울 정도로 달리고 싶은 마음(보석)이 강해져서 환상을 본 타키온은... 계산을 똑부러지게 잘하는 애니까 미래의 본인이 겪을 일을 미리 읽게 된 것 뿐일까? 아니면 원본마가 겪었던 부상을 본걸까? 
암튼 야요이상 1착 후 절망하며 공포에 절은 타키온의 표정과 그 이후의 열차씬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음... 아무도 못 보는 곳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며 기죽는 모습이 좋았다.

은퇴결정 씬도 공포스러운/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놓긴 했지만 슬픔이 가득한게 보여서 마음을 울렸달까나??? 허풍치면서 속으로는 우는 그런것들. 원피스였으면 '본심을 말해' 또는 '근데 왜 울고있는거야' 하면서 눈물콧물 질질짜는 타키온 나왔을것

후지 키세키가 여름축제에서 말한 '역시 우무니까 달리고싶고 이기고싶지' 도... 참 뻔하지만 내 마음엔 유효했다.
비슷한 부상은퇴 타키온도 말로 표현만 안할 뿐 계속해서 그런 연출이 나왔으니까. 일본 더비 관객석에서 주변 우무들에게나 하던 거짓말을 자기 자신에게까지 하다가 결국 위화감을 느끼곤 멈춰서는 장면은 진짜 좋았다.

레이스에서 이겨도 '진짜 우승 아니다'라고 마음속 인정협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정글 포켓도 좋았음(내가 활약하는 진짜막판을 원하는 사람들처럼) 우무 세계관 속 사람들은 알 수 없던 정글 포켓 내면의 절망 그런거... 대체로 인물들 속의 감정이 두드러지는 파트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역시 혼네와 다테마에의 나라라서 그런가

달리고 싶은 마음을 상징하던 포케의 보석은 입스 비스무리한게 오면서 빛도 죽고 흠집도 나고.
포케에게 처음 레이스의 열정을 심어줬던 후지 키세키가 다시한번 달리고 싶은 마음과 초심을 전달하는 연출은 참 일본 애니메이션답더라. 그리고 후지가 게임판보다도 옷 각도를 많이 열고있는 느낌이라 진짜 좋았다.
타키온의 창가에 걸려있던 보석 장식은 포케와 다르게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한 점이 달리고싶다는 마음에 한 번도 변함이 없었음을 보여주는게 또 안타까웠음. 모니터 속이든 창 밖의 것이든 온갖 레이스에서 눈을 뗀 적도 없고... 방은 우울증 비슷한게 왔는지 점점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우는 표정 없이 슬픈 감정을 계속해서 전하는게 좋았다. 타키온은 꽤 잘하는 배우

타키온은 '다시는 그렇게 달릴 수 없다', 정글 포켓은 '다시는 타키온을 넘을 수 없다'
무언가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둘이 비슷한 맥락의 고민이긴 했으니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처지였기에 '의미가 있든 없든 달리고싶어' 라는 포케의 말이 어떤 위로나 타박보다도 정확히 타키온을 공감시켜서 레이스를 다시 하게 만든 점도 좋았다. 어쨌거나 우무의 본능대로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아야지. 포케의 말을 듣고 머리 맞은듯한 표정을 계속 하고있는 타키온도 인상적이었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단츠 플레임이었음.
실제로 자주 붙었던 말이기 때문에 모브처리 하지 않고 캐릭터화 해서 넣은 것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주역인 정글 포켓과 아그네스 타키온이 가진 마음의 응어리를 해소해주는 '그래도 달리고싶다' 라는 키워드를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었던 캐릭터는 내내 근처에 있던 단츠 플레임이었으니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이 기믹 캐릭터의 의의를 깨닫게 되어서 인상적이었다.
근데 이거 쓰면서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그냥 기믹뿐인건 아니고 실제로 레이스를 훨씬 많이 뛰긴했네. 그럼 카페가 헛것 보는것도 사실 진짠가

여러가지 캐릭터가 찔끔찔끔 등장하는것도 좋았다. RTTT에 나온 토뿌로 트레이너나 해피믹쿠, 카시모토 이런 사람들도 있는게 반가웠음. 그리고 데지땅이 귀여웠다. 스탭롤에서 놀란건 오페의 성우가 토쿠이 소라 라는거였음.... 이 사람 러브라이브 야자와 니코 그 사람이잖아? 진짜 목소리만으론 전혀 상상도 못함. 성덕들은 모르고 들어도 아나?


암튼... 총평가는 RTTT가 더 재밌었다 임
재밌기는 재밌었는데 RTTT가 더 좋았어.. 5천원인가 6천원주고 봤는데 이 계산법대로면 RTTT는 4편 합계 3.6만원쯤 받아야한다고 생각함... 그리고 사실 이거 보기전엔 티엠 오페라 오랑 정글 포켓이 경쟁하는게 주 내용인줄 알았어

연출같은건 솔직히 좀 별로긴 함
감정 실린 씬들이 인상깊었던건 맞지만, 극장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것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니까 좀 진부하게 느껴짐... 장면이나 연출이나 그런 모든 것들이 너무 과장되고 묵직하게 힘이 들어가있는것 같아서.
이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고 애니메이션 영화나 극장판들이 대개 그렇지..... 평소에 보는게 아니고 '어쩌다 한번 보는 특별한 버전' 이라서 '그럼괜찮아' 로 받아들여지는것들.
극장에서 보면 그 공간의 특수성때문에 이런 감성이 잘 맞을것 같기도 한데... 음.. RTTT는 상당히 가볍게 흘러가면서도 내용도 꽤 재밌었으니... 그런 쪽이 좀 더 취향. RTTT 감상 후에 '이런거좀 더 만들어주면 좋겠다' 라고 말했던 감상은 여전히 똑같음... 정말 그런걸 더 보고싶음.


그리고 영화 외적인 내용이지만...
'몇 경기 잘하고 은퇴했다도르' 는 개인적으로 별로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음... 살아남은 녀석이 강해 (정확히는 그냥 오래한거 말고 꾸준히 좋은 성적 나오는애들)
약간... '나도 뒤 없이 뛰어서 레코드갱신한다음 다쳐서 은퇴할 수 있지만 그건 위험하니까 조절하면서 한건데?' 같은... 말 본인의 억울함도 있을 수 있잖아